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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 (커버이미지)
    [사회]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
    • 김혜진 (지은이)
    • 원더박스
    • 2022-02-24

    전액 장학금 준다는 프랑스를 뒤로하고 한국에 와 생고생 중인 시리아 엘리트 청년그를 만나 어쩌다 NGO 활동가가 되어 버린한국의 평범한 중학교 국어 교사그들이 친구가 된 뒤,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주민이나 난민과 함께 사는 삶은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일도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한반도 밖 다양한 곳에서 온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를 함께 지탱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 세계 시민 교육이 중요해진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편견과 차별에 둘러싸여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말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선의와 상관없이 이미 우리가 차별적 언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편견과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편견이고 무엇이 차별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 대상자의 입장에 서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기에 낯선 존재와 친구가 되어 그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차별주의자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의 저자 역시 압둘와합과 친구가 되기 전만 해도 ‘이슬람 포비아(공포증)’ 상태였음을 조심스레 고백한다. 하지만 와합과 친구가 되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의 눈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시리아와 시리아 사람들의 삶도 어느덧 친근하게 다가왔다. 시리아 전쟁과 그로 인해 발생한 난민 문제도 더 이상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저자는 기대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와합과 그 가족 이야기, 시리아 이야기를 다른 이들도 알게 된다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시리아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또 시리아의 비극에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그가 이 책을 쓴 이유기도 하다.“혹시 시리아 사람이라서 싫니?”-불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압둘와합과의 첫 만남중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는 어느 날 서울 강남역에서 한 시리아 청년을 만난다. 압둘와합이라는 아랍풍 이름부터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은사님의 요청이라 마다할 수가 없었다. 은사님은 “혹시 시리아 사람이라서 싫니?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도 돼.”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더더욱 거절할 수가 없었다. 명색이 교사인데 국적에 따라 사람을 차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만나기로는 했지만 뭔가 모를 불편함은 여전했다. 막상 만나 보니 그 시리아 청년은 한국어를 곧잘 했고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할 줄 아는 능력도 있었다. 경계심이나 두려움이 가신 것은 아니었으나, 고향에서 유프라테스강(세계 4대 인류 문명 발생지의 그 유프라테스강!!)에 발 담그고 달콤한 수박을 먹곤 했다는 이야기에 발동한 호기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흥미로운 첫 만남 이후, 저자는 그렇게 낯선 문명에서 온 이와 친구가 되었다.“난 이슬람이 싫으니까, 다른 교수 찾아 보게.”-한국에 온 시리아인 1호 유학생이 겪은 일들압둘와합은 시리아에서 최고 대학으로 인정받는 다마스쿠스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프랑스로 유학 갈 예정이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프랑스가 아닌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길을 못 찾고 헤매던 한국인 유학생을 우연히 도운 것을 계기로 한국인 유학생 커뮤니티와 돈독한 관계가 되어, 어느샌가 ‘한국인들의 대부’와도 같이 되어 버린 압둘와합. 시간이 지나 그 친구들이 하나둘씩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 와합은 그들이 무척 그리웠다. 그러다 그때까지 한국으로 유학 간 시리아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내가 가야겠다”고 결심한다.가족, 지도 교수, 선배 변호사 들의 만류에도 기어코 선택한 한국행이었지만, 한국에서의 출발은 막막하기만 했다. 시리아와 한국은 수교국이 아니라 국가 장학금은 신청도 할 수 없었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원을 백방으로 찾아 나섰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면전에서 “솔직히, 나는 이슬람과 무슬림이 싫어. 다른 학교 다른 교수님을 찾아가 보게.”라고 이야기하는 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적과도 같이 비자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한 대학원의 입학 허가를 받았고, 그렇게 한국에서 법학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와합은 지금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랍 법과 한국 법의 비교 연구’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이제 우리 가족은 난민이 되었구나.”-친구의 가족이 난민이 되니 보이는 것들와합이 겨우겨우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일상을 찾아가고 있을 즈음, 모국 시리아는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 독재자 아사드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났고, 정부가 이를 폭력으로 탄압하면서 결국 반군(자유시리아군)이 생겨나고 내전이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자유와 민주를 염원하는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반군이 승기를 잡는 듯 보였으나, 시리아를 둘러싼 주변국과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이 과정에서 와합의 고향 락까는 그 악명 높은 IS의 본거지가 되고 만다. 와합의 가족은 IS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한때 시리아 북부 지역의 유력 가문이기도 했던 와합의 가족은 그렇게 난민이 되어 지금 터키에서 지내고 있다.시리아의 전쟁과 이로 인한 난민 문제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와합은 시리아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 모금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믿을 만한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와합은 바로 단체를 만든다. 그게 바로 현재 시리아 난민 구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헬프시리아’다. 저자는 자신의 말이 씨앗이 되어 진짜로 시민 단체가 만들어지자, 어쩔 수 없이(?) 이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헬프시리아는 그동안 작은 규모의 단체임에도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 왔다. 큰 규모 국제기구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작은 규모의 난민 캠프를 찾아 구호 활동을 펼쳐 왔는데, 적은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비행기표 값을 아끼기 위해, 와합이 국내 취재진이나 연구진의 현지 가이드 일을 하게 될 때 며칠씩 따로 시간을 내어 인근에서 적절한 물품을 사 필요한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현지에서 물품보다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학교 세우기’에 집중하여, 2019년에는 시리아 쿠부리 지역 난민 캠프 근처에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등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른다.‘과연 그들은 무슬림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있을까?’-혐오와 협박을 쏟아냈던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서, 시리아를 돕는 뜻깊은 일까지 하면서 훌륭하게 지내는 것 같은 와합마저도 온갖 악플과 위협에 시달리며 지낸다. 와합의 SNS에 “한국에서 떠나지 않으면 죽이러 가겠다”는 내용의 살벌한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길에서 “테러리스트 아니냐”, “너희 같은 애들 때문에 정부가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여러 번 있다.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대거 들어왔던 2018년은 우리 사회에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신분이 노출된 난민들에게 섬뜩한 혐오의 메시지와 협박이 마구 쏟아져서 인권 단체들이 난민 혐오 범죄 대응단을 따로 꾸릴 정도였다. ‘와합은 주변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라도 있지만 아는 이도 없이 이런 혐오와 협박에 노출되는 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저자의 걱정은 한층 확장되어 갔다. 무슬림은 강간범이고 이들이 들어오면 대한민국 여성들이 위험해질 거라는 주장을 보면서는,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과연 무슬림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집필이 더욱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만난 무슬림 친구 압둘와합을 잘 소개하면 이들의 마음도 열릴 거라 믿기에. 시리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나라-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의 역사·문화·정치《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다. 시리아인의 시각으로 시리아의 역사·문화·정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아주 소중한 글이다. 한국에는 늘 서구의 시선으로 소개되고 있는 시리아와 중동에 대한 이야기가 못내 불편했던 압둘와합은 이번 기회를 맞아 최선을 다해 자국의 이야기를 전한다.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교차로에 정확히 위치한 시리아의 입지 조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로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살고 있는 도시 다마스쿠스, 로마 제국에 기독교 전파의 싹을 틔운 시리아 출신 황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이런 시리아가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서기 위해 투쟁하고, 또 독립 이후에 내부 혼란을 겪는 이야기는 한국의 현대사와도 겹치는 점이 많다.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복잡한 양상도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조금씩 이해가 간다. 늘 이웃 가게를 배려하는 시리아 상인들의 독특한 문화는 읽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저자는 책 머리에서 “이 책을 읽고 시리아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가, 더 나아가 평화를 향한 꿈을 함께 꾸는 와합의 친구가 한 명이라도 더 늘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가 공존하는 삶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독자들의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압둘와합은 누구인가요?압둘와합 알무함마드 아가(Abdulwahab Almohammad Agha). 대학원 박사 과정 학생이자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에서는 다마스쿠스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전액 장학금이 보장된 프랑스 대신 국교도 수립되지 않은 한국을 선택해, 한국에 온 시리아인 유학생 1호가 되었다. 한국과 시리아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법을 공부하며 ‘아랍 법(이슬람법 포함)과 한국 법 비교 연구’를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평화로운 시리아로 돌아가 집 앞 맑은 유프라테스강에 발을 담그고 꿀같이 단 수박을 먹으며 한국에서 시리아를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시리아 구호 인권 단체 헬프시리아가 궁금하다면?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elpsyriaplease블로그 https://blog.naver.com/helpsy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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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커버이미지)
    [사회]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 필 존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02-19

    자동화된 미래와 새로운 직업 세계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디지털 사회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노동, 그 악몽 같은 미래“오늘날 디지털 사회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다.푼돈을 받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인간지능’ 작업이다.”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지워져가는 노동자앞으로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무인매장에 가면 따로 계산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자율주행차가 택시와 트럭 운전사를 대체하고, AI가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될 것이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알고리즘이 우리의 신체와 공간, 사회를 칭칭 감고서, 마치 생각하는 기계처럼 작동할 것이며, 컴퓨터가 만들어낸 지능이 흡사 공기처럼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당연하게 취급될 것이다. 하지만 이 환상의 눈부신 껍데기를 들추면 그 이면에는 소멸 직전까지 착취당하고 있는 비참한 노동자들이 있다. 풍요롭고 스마트한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편리한 세상은 사실상 극소수 IT 공룡 기업이 내세우는 환상이거나, 닿을 수 없는 신기루이다. 이 책은 오늘날 스마트한 디지털 라이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첨단 인공지능이 아니라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노동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검색엔진, 앱, 스마트 기기의 배후에는 언제나 노동자가 존재해왔으며, 이들은 글로벌 시스템의 변방으로 밀려나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단 몇 분, 몇 초 안에 끝나는 초단기 작업, 즉 미세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취업과 실업의 상태를 오가면서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잉여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인공지능의 허상 뒤에 숨겨진데이터 노동자의 현주소세계 최대 난민촌인 케냐 다다브의 막사 안으로 한 여성이 걸어 들어간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이곳에서 이 여성이 하루 동안 하게 될 일은 도시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집” “가게” “자동차” 같은 라벨을 지정하고, 짧은 녹취록을 만들고, 알고리즘에게 각양각색 동물 사진을 식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클릭’노동은 작업 시간이 아닌 완료한 작업 건수를 기준으로 임금을 받기에 불안정하고 몹시 고되다.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이곳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극소수의 ‘공식’ 노동에 해당한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시아 같은 범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클릭경제’가 바꿔가고 있는 오늘날 노동과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플랫폼을 통해 불안정한 지위에서 수행하는 단순 작업 - ‘미세노동’에 의존하는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약 2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미세노동을 중개하는 사이트 덕분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현대 자본의 총아인 아마존, 테슬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이 어떻게 빠른 시간에 가공할 만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구글, 아마존, 테슬라, 알리바바,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전략으로 키워온 것이 데이터의 상품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화려한 21세기 자본주의의 성공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AI의 연산 인프라를 만드는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빅토리아시대 영국과 19세기 나폴리 거리에서나 볼 수 있던 충격적인 생존투쟁의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로 취급받고 있으며, 초단기 데이터 작업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데이터가 플랫폼의 생명줄임에도 우리는 데이터가 생성되는 과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가 아이폰을 볼 때 그 하드웨어는 눈앞에 실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속을 흐르는 데이터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서 데이터 역시 생산의 대상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 인간의 손과 정신이 만들어낸 것을 영리한 기계의 작품으로 착각한다.” _본문 중에서노동시장 변화로 지워지고 짓밟히는 노동자21세기는 금융위기와 만성적 경기 침체 속에서 민주적 제도가 속속 붕괴하고 시시로 기후재앙과 긴축재정에 시달리는 시대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수많은 노동자가 봉쇄령이나 감염에 의해 장·단기적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자본 입장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얼마나 불안정한 수익 창출 수단인지 확인하는 기회로 삼았을 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자가 대거 이동하며 고용이 정체된 현상에 대해 저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왜냐하면 2030년까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 노동의 절반가량이 자동화될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전에는 적절한 수준으로 임금이 지급됐던 일이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비공식화되고 여러 건의 작업으로 쪼개져 건별로 형편없는 임금이 지급되는 불안정한 형태로 변질될 것이다. 심지어 임금과 권리의 기본 요건을 정해놓은 제도의 간섭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뉴욕의 작은 회사가 오늘은 나이로비에서 프리랜서 녹취록 작성자를 고용하고, 내일은 뉴델리에서 또 다른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다. 이때는 사무실이나 공장을 차릴 필요가 없고, 현지 규정에 간섭받지 않으며, 웬만해서는 현지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_본문 중에서 이렇게 임금, 개인의 권리, 능력 등이 짓밟히는 현실이야말로 현재 자동화가 서비스업에 진짜로 끼치는 영향이지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외치는 말들, 이른바 일자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자극적인 말들에 노동자들이 피부로 겪는 현실은 묻히기 일쑤다. 이 책에서는 이 같은 일자리 종말은 그저 연막일 뿐,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점점 더 많은 서비스직 일자리가 긱 노동, 미세노동, 크라우드 노동으로 변질되고, 심지어 그런 ‘일자리’란 것들조차 사실상 실직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격할 역사의 주체는 플랫폼 자본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가 될 것이다만일 노동이 놀이가 된다면,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딱히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들은 세련된 청년들이 소파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진을 걸어놓고 만일 우리의 멋진 신경제에도 여전히 노동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옷을 사는 것처럼 재미있는 활동일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암시를 건다. 심지어 ‘노동’이나 ‘노동자’라는 표현이 이런 분위기를 망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직 ‘이용자’ ‘작업자’ ‘플레이어’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저자는 이런 행태야말로 미세노동을 마치 어떤 포부를 갖고 도전해볼 만한 멋진 일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노동과 놀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수법에 지나지 않으며, 노동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독자들을 설득해나간다. 오늘날 미세노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은 그것이 건전한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모두가 처하게 될 위기의 불길한 징후로 봐야 하며, 이제라도 우리가 미세노동의 충격적인 생존투쟁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플랫폼들이 기술적 경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첨단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고 서로에게서 단절돼야 한다. (…) 미세노동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서로 단절된 세상을 실현함으로써 노동조합, 노동자 문화, 노동자 보호 장치가 빠진 자본주의, 다시 말해 자본을 위협할 수 있는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자본주의라는 신자유주의적 환상의 정점을 구현한다.” _본문 중에서 지금까지는 미세노동 사이트가 내건 공허한 약속 때문에, 혹은 비밀유지계약 등으로 재갈을 물리는 법적·소프트웨어적 장치 때문에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지 못하고 그 어떤 파업이나 집단행동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장 둔화와 고용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시대에는 실업이 사라지지 않고 그저 허울만 바꾼 채 불안정성, 불완전 취업, 노동 빈곤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일자리 보장, 임금 인상에만 머물지 않고 기본적인 생존권 요구(주거, 의료, 수도, 전기 등)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자본주의를 넘어 세상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을 한 사람은 많았지만 ‘과연 누가 그런 세상을 실현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격할 역사의 주체가 그동안 잉여로 간주되어온 수많은 사람들, 임금 노동의 언저리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서 터져나올 것이라 주장하며, 현재의 배제된 사람들에게서 시작될 투쟁이 좀 더 확실한 비전이 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의 구성1장 ‘실리콘밸리의 잉여’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어떻게 인력을 이용하는지, 그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의 기업들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메커니컬터크나 클릭워커 같은 ‘미세노동 사이트’를 통해 초단기 작업을 대량으로 맡기고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데, 이들 사이트에는 의뢰인의 신원이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일을 맡겼는지 확인이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필요할 때(초, 분, 시간 단위로 가능)만 노동력을 저렴하게 뽑아 쓸 수 있기에 기업들은 이런 장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2장 ‘인공지능 혹은 인간지능?’에서는 인공지능 뒤에 숨겨진 은밀한 자동화 세계에 관해 살펴본다. 거대 IT 플랫폼 기업이 내세우는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비서 등 최첨단 기술이 사실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아니라, 저숙련 서비스 노동과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며, 문제는 이들의 노동이 실직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일자리’로 전락하여 임금, 권리, 능력 등이 무참히 짓밟히고 그 어떤 보호장치나 복지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3장 ‘서비스형 인간’에서는 현대의 플랫폼 자본주의가 과거의 자본 축적 체제들과 다르게 노동자들을 어떻게 포획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미세노동이야말로 오늘날 전 세계에 펼쳐진 취업이라는 사막에서 기회의 오아시스가 아닌 신기루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미세노동의 현실이 무임금 생존 투쟁의 현실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미세노동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혜택을 받을 수는 있는지, 미세노동이 연대와 조직화를 막고 있진 않은지 등에 대해 답을 찾아나가야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고 독려한다. 4장 ‘지워지는 노동자’에서는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미세노동을 전전하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그 작업들 때문에 심각한 노동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관해 살펴본다. 사실상 미세노동 사이트가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가 노동자들에게 노동 과정 전반을 감추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서로에게서 떼어놓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저자는 오히려 이러한 미세노동의 특징이 자본주의 신화의 허망함을 폭로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암시하는 희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5장 ‘미래는 배제된 사람들 손에 달렸다’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시도해볼 만한 실천 행동들을 제시한다. 20세기와 같은 노동운동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금, 기후재앙과 팬데믹이 자본주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오랫동안 희망이 없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말하여, 미래는 현재의 배제된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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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 조각난 일터와 불평등한 노동 (커버이미지)
    [사회]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 조각난 일터와 불평등한 노동
    • 김종진 지음
    • 롤러코스터
    • 2024-02-19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노동 입문서!”좋아진 세상, 선진국 시대,노동자들의 삶은 왜 여전히 고통스러운가미래에서 배제된 오늘 여기의 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2021년 UN 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한국은 GDP 기준 세계 경제규모 10위가 되었고, 몇 년 뒤에는 일본의 1인당 GDP를 따라잡을 거라고 한다. 콘텐츠 산업은 연일 세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세계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하고 있다. 나라의 부가 늘어나면서 소비도 커지고, 복지도 좋아졌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운가. 왜 한국전력 하청업체의 전기노동자가,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가 업무 중에 세상을 떠나고, 플랫폼 기업과 원청업체의 갑질에 고통받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일자리의 안정성도 좋아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 텐데, 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불안해지고, 피해의 양상은 복잡해지는 것일까?“약탈적 비즈니스” “비정규직의 바다” “위험의 외주화” “고장 난 사회”에 놓인 노동자들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으로, 그리고 여러 노동,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정책자문을 해온 저자는 노동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정책을 생산하는 한편, 연간 100회가량 노동교육을 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과 연결하는 데 힘을 써왔다. 이 책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각종 언론에 실린 저자의 글을 한 권으로 엮은 것으로서, 특히 최근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두루 살피고 있다.특히 이 책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건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같은,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는 ‘노동 밖의 노동자’ ‘제도 밖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때로는 라이더로, 때로는 방송작가로 때로는 경비원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그 수가 무려 744만 명이나 되지만,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장 밖에 놓여 있다. 또한 945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청소년 및 고령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법의 예외나 권리의 부재로 제도적 차별이 용인되고 있다.청년문제, 감정노동, 성차별 채용, 직장 내 괴롭힘, 프랜차이즈 문제 등 최근 이슈가 된 노동 현안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맥락을 짚어나간다. 예전에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던 것들이거나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새로 발생한 문제들이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니, 노동자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 마련에 힘을 기울이다《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는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생생하다는 장점이 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각 시기에 사회적 이슈나 쟁점이 되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인용된 사례들은 연구조사나 토론회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이거나, 노동교육을 다니면서 알게 된 내용들이다. 또한 책 속의 글은 실질적이기도 하다. 그것은 저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새겨들으며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마련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꽤 많은 내용은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이거나, 노사관계 혹은 노조 및 청년 활동가들과 토론했던 것들이다. 그렇게 책에 실린 글들은 그저 평론가적 위치에서 바라본 접근이 아니기에, 사회적 모순을 새롭게 해석하고, 정책을 대안적 논의로 진전시키고자 하는 주장이 강하게 드러난다.모두를 위한 21세기형 노동 입문서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노동자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며 복잡해지고 있고, 기업들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노동자들을 ‘기업의 이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중 ‘최첨단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등 기술의 발전도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주요한 요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최근의 이슈와 사회변화의 양상을 충분히 반영하여 오늘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이를 둘러싼 노동환경, 대안에 관한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따라서 청년, 학생부터 노동자, 시민까지, 일자리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21세기형 노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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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커버이미지)
    [사회]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4-02-19

    젊은 인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맞춰진 ‘의료 평형’ 상태,이 ‘평형’은 곧 깨진다저자는 한국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평균 58.3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통계 분석으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가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할 때 느끼는 체감으로 따져 봐도 이건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 상황에 아주 익숙해졌기 때문에 지금 의료의 기이한 구조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저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경제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 수치는 단 8.1명으로 드라마틱하게 내려간다. 한국이 무려 5~6배 많다는 얘기다.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지금 우리는 10인승 엘리베이터에 60명을 태우고 하강하고 있는 셈이며,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 위험하다. 단순히 무게가 아니라 환자의 ‘목숨 값’이 5~6배나 더 가벼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한국의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왜곡된 구조도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 ‘기이한 평형 상태’는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이 과거 예상보다 더욱 급속도로 ‘늙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붕괴’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르며 이 추세라면 당장 2025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사회에서 한 단계 높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단 7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고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정책은 당연히 젊은 인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평형이 맞춰진 상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지만, 현재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 계층인 ‘노인’이 될 때쯤에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해진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게 되는데, 그러면 지금과 같은 의료 서비스 이용은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러니 현재 ‘생산가능인구’의 주요 일원으로 속해 있으며 이 의료 붕괴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게 될 우리가 “의료 정책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갖추고 적극적 의사 표명을 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인구구조가 바뀌어 가는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슬기로운 의사’들로 가득할 것 같은 병원의 속사정과티핑 포인트에 이른 한국 의료의 쟁점들젊고 멋진 의사 역 배우들로 늘 화제가 되는 의학 드라마들의 배경은 대부분 ‘종합병원’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들이 ‘병원’이나 ‘의료’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도 동네 작은 의원보다는 종합병원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공교롭게도 한국 의료의 문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 역시 종합병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1부에서는 “겉보기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태움’, 기피과, 진료보조인력, 점점 짧아지는 진료와 늘어나는 검사 시간 등의 문제를 상세히 파헤쳐 나간다. 2부에서는 의료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개인으로서 지극히 ‘합리적인’ 의료 선택들을 내린 결과 초래된,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구조적으로 짚어 본다.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세끼 약 포장’ 방식으로 대표되는 한국 약국의 복약지도 생략,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을 ‘골라서’ 내가 가고 싶은 때마다 가는 ‘병원 선택’의 권리가 변질된 ‘의료 쇼핑’, 다른 모든 업종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의료인들의 지방 기피와 그에 따른 지방 의료의 위기 등을 살펴본다. 1부와 2부의 내용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안전 불감증을 떠받치는 비용 효율성의 문제,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대로 진료하면 적자가 나는’ 불합리한 의료 제도의 문제이다. 3부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평가 기준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쌓여 온 ‘의료계 vs 정부’ 갈등이 코로나19를 지렛대 삼아 폭발한 의사 파업 사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또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려 볼 수 있는 미래 한국 의료의 시나리오와 몇 가지 실현 가능한 해법들을 모색하며 마무리한다.전문가에게 맡겨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질병과 죽음의 영역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대부분 의료 소비자이자 비전문가인 우리를 어엿한 ‘의료 주체’로 호명하고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어느 업계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그와 일반인의 지식 및 역량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활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가장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건 대체로 합당한 판단이지만 이 책의 주제인 의료 문제는 그렇게 놓아두기 어렵고,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이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노화하기에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스스로 사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점점 더 그 주제를 다루는 책이나 미디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질병과 죽음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병원과 의료의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그렇게 이해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한슬 작가는 대학병원 약사 출신으로 지금은 통계학을 전공하며 사회적인 글쓰기를 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의 입장에 놓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폭넓고 균형적인 시각이 돋보일 뿐 아니라, 두 번째 전공인 통계학을 십분 활용해 철저한 자료 수집과 고난도의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 자료를 쉽게 풀어내 읽어 주기’가 가능했다. 저자는 “그간 국내에서 의료 정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자신만의 해법을 상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 일부만을 잘라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소규모 마을 공동체 내에 의사가 함께 거주하는 의료를 추구하자는 몽상적 진보주의, 현재 국내 의료의 근간인 건강보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의료를 시장에 맡기자는 우파적 극단주의 등”을 경계하자고 말한다. “각자가 지향하는 이념과 방향성이 다르게 보인다면 귀를 닫는 일이 워낙 흔해진” 상황 속에서도, 적어도 현재 한국 의료가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의 ‘숙제’라는 점을 환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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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행정심판 -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일반음식점의 영업정지, 숙박업소의 영업정지 처분 구제 방법 (커버이미지)
    [사회]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행정심판 -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일반음식점의 영업정지, 숙박업소의 영업정지 처분 구제 방법
    • 하상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02-19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행정심판’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행정심판 청구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예시도 살펴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제적 곤란이 있는 경우 국선대리인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심판에 대한 벽은 존재합니다.저자는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사로서 행정심판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요소인 용어, 절차 그리고 관련 법률에 대해 필요한 부분만 뽑았고 관련 행정심판 재결례를 소개하며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사건과 관련해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행정처분과 함께 진행되는 형사처벌 절차를 위해 필요한 반성문 및 탄원서 작성 방법도 간략히 담아내며 행정심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준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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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부시게 불완전한 -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 (커버이미지)
    [사회]눈부시게 불완전한 -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
    • 일라이 클레어 지음, 하은빈 옮김
    • 동아시아
    • 2023-12-27

    “장애, 퀴어, 젠더 연구에 길잡이가 될 책”강제 불임 수술부터 피부 미백 크림까지, 치유는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주장할 수 있는 ‘눈부신 불완전함’이다정상성과 수치심에 맞서는 부서지고 휘어진 불구의 몸들 “우리가 망가져 있음을 수용하고 주장하고 포용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아프면 나아지기 위해 병원에 가듯, 크고 작은 사고를 겪은 뒤 이전의 상태를 찾으려고 애쓰듯,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장애를 가진 사람 역시 장애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상태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여긴다. 하지만 『눈부시게 불완전한』의 저자이자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 시인, 장애 및 트랜스 활동가인 일라이 클레어는 이렇게 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상된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할 것이다. 굳고 경련하는 근육이 없는 나를, 어눌한 발음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전작 『망명과 자긍심』에서 장애인, 노동계급, 퀴어, 트랜스젠더라는 다중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교차성 정치의 사유를 보여준 일라이 클레어의 신간 『눈부시게 불완전한』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일라이 클레어의 다중적인 정체성은 “뇌성마비”, “정신분열”, “젠더 정체성 장애”라는 진단명과 치유에 뿌리내린 정상성에 도전한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자신의 몸을 고쳐져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제도, 문화, 가치 체계를 낱낱이 해부하는 한편,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이 원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치유와 얽히고 치유를 갈망하며 길어 올린 빛나는 통찰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담아냈다. 장애를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몸과 마음을 주장하고,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에 저항하고, 자신이 가진 몸과 마음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으로 포착할 수 없는 다양한 몸과 마음의 차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정치를 모색해 간다. 시러큐스대학교의 여성·젠더학과 및 장애학 프로그램 부교수 김은정의 〈해제〉는 한국 사회의 장애와 퀴어, 돌봄에 대한 담론에 이 책의 메시지가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 상세히 안내한다. 요컨대 이 책은 의사 조력 사망이 존엄한 삶과 죽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 “의존과 삶에 대한 전혀 다른 상상”을 불어넣을 것이다. 사회는 어떤 상태를 ‘문제’로 규정하고 ‘치유’해 왔는가?“치유는 백인 서구 사상과 문화에 침투한 이데올로기다”병을 치료하여 더 나은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의 치유는 언제나 ‘결함이 있고’, ‘문제가 있는’ 상태를 전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정치적인 규정이다. 의료적, 과학적, 국가적 권한을 등에 업은 권력 집단은 장애인, 유색인, 퀴어 들을 결함이 있는 존재로 공표하며 치유라는 명목으로 폭력과 억압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백인, 부유층, 비장애인, 시스젠더로 대표되는 지배 집단의 특성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되었고, 이에 속하지 못하는 수많은 몸과 마음들은 가치 없으며 제거되어야 할 존재로 전락했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이러한 ‘치유’ 개념이 현대의 문화 및 가치 체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정상성’을 설파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클레어에 따르면 치유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장애 선별적 임신 중지와 같은 의료 기술은 물론, 매우 일상적인 도구들에도 스며들어 있다. 가령 흔히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은 피부색이 어두운 신체는 매력적이지 않은 몸, 도덕적이지 못한 몸으로 여기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답습하는 식이다.정상성을 작동시키는 강력한 기제로서 ‘치유’의 구조, 작동 방식, 목적, 사례, 약속 들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단순히 치유를 거부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권력관계를 이해하여 고통과 치유, 건강과 회복을 이해해 나가는 프레임을 새롭게 설정해 보자는 전복적인 제안이다. 적응하고 협상하고 의존하고 욕망하는 몸과 마음들극복과 치유 너머, 불완전한 존재들의 다채로운 가능성에 관하여장애 및 질병 캠페인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수사들을 떠올려 보자. 낙마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후 최첨단의 치료를 찾아다니며 두 발로 서기를 끊임없이 갈망했던 《슈퍼맨》의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누구나 노력하면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광고판 속 우피 골드버그. 불운과 불의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수많은 장애와 질병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장애를 ‘결함’이자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이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장애 및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쟁점을 지워버린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돈과 부작용을 감수하며 마비된 다리를 고치기보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수어와 점자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의 접근성이 보장된다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정신병에 대한 낙인이 덜해진다면 환영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경험이 지금처럼 끔찍한 일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의료적 치유에만 집중된 기존의 논의에서 눈을 돌려, 특정한 몸과 마음을 장애화(disabling)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이 장애 정체성과 자긍심을 주장하는 전략으로 치유에 반대하는 단일한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일라이 클레어는 책의 후반부에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로서 가슴 재건 수술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선택하기까지의 여정을 고백하며,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모순과 치유, 욕망의 정치성에 관해 치열하게 사유한다. 백인이라는 특권과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위치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저자는, 다양한 인종, 계급, 젠더, 질병, 섹슈얼리티를 가진 당사자들이 치유와 관계 맺는 여러 방식을 조명한다. 소수자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이 치유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자긍심을 주장하는 일이 교차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사려 깊게 논의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정체성과 차이에 기반해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진화 중인 장애, 퀴어, 젠더, 페미니즘 담론에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지워지고 잊힌 존재들을 되살리는 문학적 상상력환경과 비인간 생물로 뻗어나가는 클레어식 연대개인의 고통에서 출발해 역사 속 소수자, 나아가 비인간 생물의 삶으로 확장하는 이 책은 형식적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7장 치유의 한가운데〉는 우생학적 법안 아래에서 ‘정신박약’으로 낙인찍히며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아야 했던 캐리 벅과 그녀의 엄마 에마 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라이 클레어는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캐리 벅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그녀를 글의 화자로 직접 등장시킨다. 역사의 빈칸으로 남아 있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그들에게 질문하고 말을 건네는 클레어의 서술은 이 책에 특별한 생명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다.『눈부시게 불완전한』에서 권력 집단의 소수자 억압은, 인간의 자연 억압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의 차이를 지우고 ‘정상적’인 존재만을 양산하는 치유 이데올로기에서 하나의 작물만을 재배하는 ‘단일재배농법’을 읽어낸다. 이러한 다양성의 축소가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파괴했는지 기억해야 한다는 클레어의 이야기는 자못 섬뜩하다. ‘문제’를 제거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회복 개념 대신, 다양한 생물들 간의 상호 의존성을 되살리는 관점으로 ‘회복’을 새롭게 상상해 보자는 클레어의 독창적인 통찰이 빛난다.각 장 사이에 배치된 산문(〈스트로브잣나무〉, 〈경련과 떨림〉, 〈돌〉, 〈소라껍데기〉, 〈구르기〉, 〈배롱나무〉, 〈드랙퀸〉, 〈생존 노트〉, 〈자전거 타기〉)은 “장들을 연결하면서도, 장마다 개진되는 주장과 논증에 포섭되지 않는 순간과 느낌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글들은 감각을 연 채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함께 느껴보자는, 독자들을 향한 클레어의 초대다. 미국의 지명을 원주민 부족의 영토로 표기한 작업 역시 자연과 땅에 새겨진 폭력과 역사를 폭넓게 인식하는 클레어만의 감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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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커버이미지)
    [사회]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4-02-19

    여성 언어의 분화와 남성 권력의 반격이 뒤엉킨 시대에한국 페미니즘의 길을 찾는 새로운 도전!“지금은 여성주의 담론을 혁신할 때다”다시 페미니즘 최전선에 선 정희진의도발적이고 발본적인 성정치학 논전!독창적인 여성학자, 다학제적 연구자, 도발적인 서평가 정희진이 한국 사회 일상을 뒤덮은 성정치학의 문제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다. 2005년 ‘페미니즘 교과서’ 《페미니즘의 도전》을 통해 남성 언어로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 균열을 내며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낸 저자가 18년 만에 다시 여성주의 담론의 전복적인 사유를 펼친다.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삶의 기본값이 되었지만, 남성 문화는 한국 사회의 낡은 권력 담론을 내려놓지 못한 채, ‘혐오’에 가까운 반격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 운동 안에서도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트랜스젠더, 난민, 장애인을 비롯한 다른 소수자들을 배척하는 이들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등장했다. 불화와 간극이 깊어지는 시대, 페미니즘의 언어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현실을 바꿔야 할까?《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자본의 질주 속에 각자도생하는 인류세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더욱 복잡해진 젠더 권력과 여성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성차별, 페미사이드, 세계 최저 출생률, 여성 할당제를 비롯한 첨예한 ‘젠더 갈등’ 이슈들부터, ‘피해자 중심주의’ ‘성적 자기 결정권’ ‘여성성의 자원화’ 같은 여성주의 담론에 이르기까지, 당대 성정치학의 논쟁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재해석한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을 허물고, 경계를 사유하며, 기성 담론의 전복적인 재해석을 시도하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페미니즘의 도전》이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면, 이 책은 변화된 여성주의, 정체성의 정치 위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변화해 온 한국 사회의 성 문화(섹슈얼리티)를 살펴보고 더불어 기존의 논쟁 구도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논쟁의 불씨가 되는 텍스트이기를 바란다. 여성학, 여성 운동은 모든 담론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경합을 통한 생산적인 갈등 없이는 진전도 없다. 한국의 여성주의가 나아감 없이 여성의 생존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미소지니의 타깃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나는 여성의 공부, 다른 언어, 남성 사회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최고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_ ‘머리말’에서“우리는 모두 불편함에서 배운다”전진하는 페미니즘을 위한 비판적 제언현재 한국 사회에서 ‘젠더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강남역 사건과 신당역 사건, 미투 운동,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징병제 등 성차별과 성범죄, 성 문화에 관한 남녀의 인식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과 혼란의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모두가 불만스러워하고 고통을 호소하지만, “내 편 아니면 적”으로 극단화되고 양극화된 현실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는 논의하기를 꺼리거나 아니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될 뿐이다.《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공전하고 있는 한국 사회 성정치학적 논제에 불씨를 지핀다. 이 책에서 정희진은 당대의 논쟁적인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하여 한국 남성 문화의 억압적이고 뿌리 깊은 젠더 권력을 하나하나 들추어낸다. 동시에 정희진의 시선은 여성주의와 여성 운동 내부로 향해 여성, 성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페미니즘 담론의 정체와 후퇴에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은 성차별이 ‘젠더 갈등’이나 ‘성 대결’로 둔갑하는 사회,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 개인의 생존을 위한 자원으로 동원되는 사회, 페미니즘이 ‘남성 혐오’ 이념 혹은 여성의 ‘정체성의 정치’로 오인되는 사회에서, 새로운 담론의 장을 형성하는 가장 혁신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여성주의자 사이의 이견이 활발하게 논쟁으로 발전할수록남성 개인도 사회도 성숙해진다”정희진은 당대의 젠더 문제를 여성주의 담론의 위기로 바라본다. 여성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페미니즘을 ‘정체성의 정치’로 환원하는 태도나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아도 여성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여성의 인식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더불어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적 자기 결정권’을 비롯해 지금까지 여성 운동을 이끈 핵심 이념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여성 피해자에게 유리한 전략인지, 피해자로서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건 아닌지 질문한다. ‘성적 자기 결정권’ 개념은 더 논쟁적이다. 특히 여성성은 기존에는 차별과 억압의 ‘원인’이었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부 여성에게는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희진은 이를 해석해내고 비판하는 적극적인 여성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이 책에서 여성과 여성주의를 향한 정희진의 ‘내부’ 비판은 때때로 가혹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는 역설적이게도 “여성주의자 사이의 이견이 활발하게 논쟁으로 발전할수록 남성 개인도 사회도 성숙해진다”는 그의 강한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정희진은 여성주의 담론의 혁신을 통한 현실의 변화 가능성을 꿈꾼다.남녀의 섹슈얼리티 인식의 불균형 격차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여성들은 섹슈얼리티 억압에 맞서 남성을 설득하는 데 지쳤다. 이 과정에서 “페미냐”라는 심판을 당하고 고초를 겪는 심문(審問)과 신문(訊問)에 시달린다. ‘페미’는 새로운 레드 콤플렉스가 되었다. _ ‘머리말’에서“여성학, 여성 운동은 모든 담론과 마찬가지로 생산적인 갈등 없이는 진전도 없다”《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젠더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가장 논쟁적인 이슈를 들여다본다. 2016년 강남역 사건과 2022년 신당역 사건의 가시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를 비판하는 것이 미소지니(여성혐오)인지, 201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 저출산/저출생을 ‘사회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직장)과 사적 영역(집)에서 ‘이중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의 의식화된 대응으로 평가한다.2장은 ‘일상’의 섹슈얼리티 이슈 전반을 다루면서, 특히 한국 남성의 젠더 고정관념을 문제 삼는다. 남성을 위한 섹스 대용품인 ‘리얼 돌(real doll)’이 성적 고정관념을 어떻게 반복하는지, 성폭력 범죄를 구조적 문제나 가해자의 행위보다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집착하는 것이 왜 문제적인지, 군사주의 문화에서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것이 왜 남성의 인권 문제에서 중요한지 설명한다. 3장은 기존의 이성애, 시스젠더(cisgender)를 규범으로 하는 성별 정체성 담론을 해체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무성애와 유성애의 연속선상에서 다양한 성애의 모습을 설명하고, ‘인터섹스(간성間性)’의 인권과 스포츠 선수의 성별 논란을 다룬다. 이를 통해 누가 남성이고 여성인지, 그 차이를 누가 나누는지 문제 제기하며,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규정한다는 영원한 진리를 되새긴다. 4장은 성매매와 성폭력을 중심으로 삼아 ‘성적 자기 결정권’ 개념의 의미를 분석한다. 성별에 따라 성적 자기 결정권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여성의 몸을 공간화해 온 역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들여다보고, 동시에 이 개념이 왜 여성의 경험을 설명할 수 없는지, ‘생명권’ 대 ‘자기 결정권’ 구도는 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오는지 살핀다.부록으로 실은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은 저자가 25년 전 대학원생 시절에 쓴 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최초의 정체성과 위치성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그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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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 대답해도 듣지 않는 학교를 떠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커버이미지)
    [사회]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 대답해도 듣지 않는 학교를 떠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 민나리.김주연.최훈진 지음
    • 오월의봄
    • 2023-12-27

    “자퇴는 학교에서 궁지에 몰린 저한테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지였어요.그걸 고르는 게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혐오와 차별이 만든 어떤 청소년기에 관하여학업과 진로, 미래를 고민해야 할 청소년기에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많은 청소년은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생활 깊숙이 들어오는 성별 이분법의 세계를 맞닥뜨린다. 남녀학교, 남녀학번, 남녀분반, 남녀교복, 남녀기숙사 등 사사건건 남녀를 나누고 구분하는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정 성별과 다른 성별로 인식하는 청소년들은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학교는 안전하게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울타리는커녕 혐오와 차별의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이다.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는 등 제도적 지원은 전무하고, 학교생활 대부분이 여자 아니면 남자로 구분될 것을 강제하는 상황에서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을 숨기며 생존에 모든 힘을 소진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중받고자 홀로 분투에 나서다 지쳐 학교를 떠난다.《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는 바로 이 시기, 혐오와 차별 때문에 친구들과는 너무도 다른 청소년기를 보내는 트랜스젠더들의 삶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책이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구체화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정, 학교, 사회 어디에서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진 저자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 실태를 알리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심층 취재에 나섰다. 약 6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대한민국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 실태 보고서라 할 만한 기획연재가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8명과의 대면 인터뷰와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이 참여한 양적 조사를 아우르며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와 사회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선생님, 부모,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하며, 성소수자 인권단체 및 법조계, 의료계 등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ㆍ의료적ㆍ제도적으로 어떤 대책과 변화가 필요한지까지 제시한 심층 보도였다.이는 그간 트랜스젠더가 침해받는 인권문제가 성인 트랜스젠더의 의료권, 노동권 등 특정 권리의 침해를 중심으로 논의됨으로써 불가피하게 그 영향력이 축소되었던 혐오와 차별을 있는 그대로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특정 상황이 아니고서는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졌던 혐오와 차별은 ‘청소년기’로 시간 축을 이동하자 매서운 영향력을 드러냈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영향을 미치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연재는 2021년 12월 13일 첫 기사가 온라인에 송출된 이후 약 3개월 만에 3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읽혔고, 혐오와 차별이 만든, 그러나 이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삶을 마주한 독자들은 사회적ㆍ제도적 변화를 촉구하며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보도 이후 저자들은 지면의 한계로 기사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비롯해 약 5개월간의 추가 인터뷰와 취재를 거쳐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 실태를 기록한 한 권의 책을 새롭게 써냈다.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를 떠나다저자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트랜스 남성 4명과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2명, 트랜스 여성 2명이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탈학교, 탈가정,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으로 내몰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장은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선택지가 어째서 탈학교가 되는지 알게 된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드러낸 이들은 친구들의 폭언이나 괴롭힘에 시달렸다. 늘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화장실에 다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생활할수록 주변의 편견은 더욱 공고해지고 ‘너는 남자냐, 여자냐?’라는 동급생들의 질문은 일상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답지/남자답지 않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 중 68.8%는 교사의 혐오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희원씨는 담임선생님에게 자퇴를 ‘권유’받았고,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주먹을 휘두른 박영씨는 선생님에게 “때린 네가 잘못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이들은 결국 학교를 떠났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애초에 학교가 자신을 이해할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아 벽장 속으로 숨는다. 머리 하나 기르는 것도 온갖 지적에 시달려야 하는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너무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출석에만 의의를 둔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던 윤슬(21세, 가명)씨의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는 먼저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 2차 성징과 함께 성별 불쾌감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마주하는 일상적 차별과 혐오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등교 준비를 하는 아침마다, 출석이 불릴 때마다, 화장실에 가야 할 때마다 계속해서 내가 아닌 다른 성별이길 강요되는 일에 지쳐가지만 학교 안에서 도움을 줄 만한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그렇다면 학교 밖에서는 어떨까. 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나 지역별 학생인권교육센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혐오와 차별이 공고한 상황에서 아우팅을 우려하는 청소년들은 쉽사리 권리구제를 신청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염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총 6개 지역에 불과하다. 조례가 제정된 곳과 제정되지 않은 곳의 차이도 있지만, 앞서 권리구제 신청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조례가 있다 한들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그렇게 이들은 오로지 주변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며 홀로 견디다 결국은 포기하듯 학교를 떠난다. 저자들이 만난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6명은 중고등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적은 비율이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1.9%는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재학 중 연령인 15~18세로 범위를 좁혀도 학업중단율은 13.6%에 이르렀다.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설문조사와 동일한 시점인 2020년 기준 전체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무려 17배의 차이다.커밍아웃에 등 돌린 부모, 살기 위한 노동에 뛰어드는 아이들혐오와 차별의 일상은 가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장은 탈가정과 함께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저자들에게 하나같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들은 일단 커밍아웃을 회피하다가, ‘알겠다’고 하고는, 이내 없었던 일처럼 무시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약 70%가 부모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도 지난한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모자라 부모에게까지 자신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숨긴다.커밍아웃이든 아우팅이든 성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은 대개 그 사실 자체를 모른 체하거나(55.2%)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로 높게 나타났다. 박도윤씨처럼 ‘남자 귀신’을 떼어낸다는 굿판에 끌려가는 식으로 전환치료를 강요당하거나(15.5%), 경제적 지원을 끊는 경우(13.8%)도 적지 않았다. 12.9%는 신체적 폭력까지도 겪어야 했다.탈가정은 자신을 부정하는 가족의 폭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15세~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무려 62.1%가 탈가정을 고민했고, 12.2%는 이를 실행했다. 법적 성인이 되면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더 높아진다. 19~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75.9%는 탈가정을 고민했고, 41.7%는 가정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를 찾기 위해(65.5%),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49.1%), 성정체성에 따른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45.5%) 이미 그 의미가 없어져버린 가정이란 울타리를 넘었다.가정을 떠난 아이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게 될까. 정서적ㆍ경제적 지원이 모두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쉼터를 찾기도 하지만 이곳 역시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어 있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여자애들만 받는 쉼터도 많고, 퀴어 프렌들리한[성소수자 친화적인] 선생님을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으니까요”라는 신동휘씨의 말은 탈가정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하는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탈가정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대부분(72.7%)이 지인이나 친구의 집으로 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생계와 호르몬치료 등 의료적 트랜지션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들지만 청소년이자 트랜스젠더인 이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그렇게 동휘씨는 공장과 물류센터,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전전했다. 이처럼 이들의 노동은 저임금, 고강도, 불안정, 차별 속에서 위태롭게 이어진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른 성별이 기재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나면 일자리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일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들이 만난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의 한 활동가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라’고 말만 하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유예되는 꿈, 강요되는 인고의 시간생계도 생계지만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더 일찍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건 호르몬치료 등 의료적 트랜지션에 필요한 비용 때문이다. 의료적 트랜지션과 함께 많은 트랜스젠더가 삶의 기반을 위해 최소한으로 시도하게 되는 일은 주민등록증 등 공부상 기재되는 성별을 정정하는 것이다. 이는 행정상 요구되는 성별을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일치시키는 일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되는 특정 사항을 바로잡는 일과 같다.하지만 성별정정은 그야말로 인고의 연속이다. 3장은 한국 법원이 성별정정 신청을 어떤 기준으로 허가하거나 기각하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문제점을 다룬다. 성별정정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법적으로 명시된 조건은 없다. 성별정정 신청 사건을 맡은 판사들은 법원 내부적으로 마련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라는 이름의 예규를 참고하여 재량적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지침의 핵심적인 문제는 ‘미성년자가 아닐 것’이라는 요건과, 자궁 적출, 생식기 수술 등 당사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의료적 조치를 부당하게 강제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경우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을 또다시 억압당하는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여자보다 더 여자답기를, 남자보다 더 남자답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을 전제하는 판사들의 편견도 문제적으로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정을 시도할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삶의 기반은 그렇게 유예된다.저자들은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병원에서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의료인 및 성별정정 항소심을 진행하는 변호사들 및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나아가 유의미한 국내 판례들과 과거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에서 불임 수술을 강제했던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비극적 역사를 성찰하고 폐기했는지를 직접 취재했다. 이를 통해 성별정정 과정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그 심각성을 뚜렷하게 전달한다.서로의 행운이 되어준 사람들, 청소년 트랜스젠더와 앨라이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 이 책은 어딘가에서 이들의 곁에 있을 개개인들이 당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알려준다.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그들 곁을 지킨 앨라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저자들은 4장에서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에 주목한다. 박영씨의 ‘영원한 담임선생님’ 신미경씨, 김신엽씨의 싸움을 외롭지 않게 해준 친구 하예림씨, ‘아들’인 줄 알았던 아이가 ‘딸’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온갖 감정의 격랑을 겪은 김수현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요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계속해서 먼저 손을 내미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아울러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의 학교 및 기관이 어떻게 앨라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빼놓지 않았다. 외모나 목소리로 성별을 판단하지 않는 것, 법적 성별이 아닌 스스로가 정체화하는 성별을 묻고 이를 존중하는 것, 성중립화장실 등 성별 이분법적이지 않은 공간을 구성하는 것, 성소수자 학생들이 불안이나 괴롭힘에 시달리느라 학습을 뒤로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을 시행하는 것 등 청소년 트랜스젠더/성소수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한국의 문제적 현실과 대비되며 어떻게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태어난 대로 살라”는 말이 존중과 지지의 의미로 거듭날 때마지막 5장은 현존하는 그 어떤 국가 통계도 트랜스젠더/성소수자의 인구규모를 추산하지 않아 존재 자체가 가려지고 있는 문제점과 함께, 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제3의 성’인 논바이너리까지도 법적으로 인정하는 해외와 달리 차별금지법조차 제정되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 제도적 퇴행을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저자들은 2021년 차별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사회적 합의’의 실체를 ‘보수 개신교계의 혐오’로 명확하게 드러낸다. 저자들이 분석한 바로, 차별상황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법적 기반의 마련인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미 많은 시민이 바라는 미래다. 문제는 정치가 이러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방관이 이어지는 동안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은 고스란히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었다. 학교와 가정을 떠나고, 자신을 숨기고, 지난한 성별정정을 위해 일찍부터 노동에 뛰어들며 법정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원하지도 않는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누군가의 청소년기는 바로 그러한 혐오와 차별이 만든 것이다. 저자들은 더 이상의 방관을 멈추고 정치와 동료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 막연한 상상과 무지로 혐오와 차별에 동조했더라도 기꺼이 앨라이로, 동료 시민으로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여자/남자라는 이분법의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는 사회를, “태어난 대로 살라”는 말이 폭력이 아닌 존중과 지지의 의미로 거듭나기를 이 책은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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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지금껏 오해한, 세상을 지배한 단어들 - 단어들은 어떻게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가! (커버이미지)
    [사회]당신이 지금껏 오해한, 세상을 지배한 단어들 - 단어들은 어떻게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가!
    • 해롤드 제임스 지음, 안세민 옮김
    • 앤의서재
    • 2024-02-19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다자주의, 포퓰리즘, 글로벌리즘⸱⸱⸱⸱⸱⸱ 남용되고 오용돼 온 단어들의 진짜 의미를 알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미국의 45대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 당시 파시스트로 널리 불렸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본인 역시 자신의 반대 세력을 좌파 파시스트 집단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외에도 “글로벌리즘, 글로벌리스트”라는 단어를 남용하며 글로벌리스트를 국익을 해치는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 “자유”라는 단어를 35회나 외치고, ‘반지성주의’를 언급함으로써 많은 정치 비평가와 언론인들이 그가 사용한 단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연일 열을 올리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 심지어 국경을 뛰어넘어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그 뜻이 잘못 전달되거나 지도자가 개념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남용하게 되면, 정치 세력과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는 분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만다. 30년간 세계화를 연구해 온 프린스턴대학교의 해롤드 제임스 교수는 우리가 겪는 정치, 경제적 혼란 중 많은 부분은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단어들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산적인 정치 논쟁과 발전을 방해하는 단어들의 진짜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이 책을 통해 각 개념들의 역사적, 언어학적 기원을 밝히는 데 천착한다. 또한 단어들이 세계사에서 어떠한 족적을 남겼고, 어떻게 잘못 사용되었는지를 통찰함으로써 정치 언어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제공한다.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포퓰리즘⸱⸱⸱’ 많이 들어는 봤지만, 명확한 개념을 몰라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비전과 공약을 명확히 드러내며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정치인, 혹은 정치 지망생이라면,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세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이 그 지적 목마름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 경제사상사 분야의 권위자 프린스턴대학교 해롤드 제임스 교수,단어들의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다! “이 책은 중대한 사회적 전환의 순간들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새로운 단어가 생기는 데 영감을 준다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단어는 사상을 요약하기 위한 수단이고, 사상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전망을 제시한다.”_본문 중에서국민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등은 이 시대의 정치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사상에 해당한다. 이러한 개념들은 19세기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이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는 상당 부분이 상실되었다. 그 뜻을 상실한 단어들의 남⸱오용은 생산적인 논쟁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았다. 저자는 이러한 통찰에서 출발하여 개념들의 기원을 밝히고, 각 단어들이 어떻게 하여 서로를 존중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히려 장애가 되었는지를 규명한다.또한 이 책은 지정학, 신자유주의, 테크노크라시, 글로벌리즘과 같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사상에 동반되는 언어학적 오해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견해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생산적인 논쟁을 가능하게 하려면 정치와 경제를 둘러싼 단어에 대한 풍부한 역사적 지식(특히, 단어가 갖는 원래 개념을 이끌어내는 것의 의미와 유용성)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이 책에서 이 시대의 맥락뿐 아니라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며 폭넓은 관점을 제시한다!“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세계를 움직인 이즘들, 그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위기의 지속 기간은 항상 짧다. 정신은 곧 위기를 통해 성장하고, 예전보다 더 확고한습관을 낳는다. 그러나 위기가 갖는 특별한 장점은 그것이 진실의 시금석이고, 그것이 없었더라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았을 사물들과 사람들이 빛을 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 위기는 숨어 있는 사람들의 사상을 추려내어 세상에 내놓는다.”_본문 중에서저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1970년대 이후 자기만족에 빠져들었던 여러 나라들이 세계화라는 새로운 물결에 의해 허물어졌듯, 새로운 질서에 대한 요구가 극에 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세계화는 자주 언급되는 단어이지만, 지금의 세계화는 이전과는 다르다. 물리적 요소에는 제약이 더 많아졌지만, 비물리적인 요소, 즉 정보의 세계화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와의 투쟁이 생산 수단의 소유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듯, 우리는 앞으로 데이터를 소유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처럼 새롭고도 잠재적으로 위험한 전개를 이해하고 설명하려면 역사적 맥락에 근거한 새로운 단어가 요구될 것이며, 이해를 증진하고 공동체를 강조하는 단어도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의 세계는 우리에게 “단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앞둔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논쟁의 대상이 된 단어들을 단지 정치 논쟁으로 치부하지 말고,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이 책이 지금껏 세상을 지배한 단어들, 혹은 앞으로 지배할 단어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는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화의 시대에 자기주장을 분명히 내세우고 싶은 당신에게, 단어의 명확한 개념과 역사적 해석, 그리고 지적 성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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